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free as a bird.

사라짐 1

 “평상시처럼 저녁 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슬쩍 일어나시더니 마당에 나가셔서 이곳저곳 무심한 듯 바라보시고 아이고 오늘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네! 일찍 잘란다 한마디 하시고는 방에 들어가 눕자마자 쌔근쌔근 코까지 고시면서 주무시더니 그다음 날은 일어나시지 않았어요! 주무시면서 그냥 돌아가셨더라고요”

한 어르신이 아이고 복을 타고 났구먼! 너무 부럽네! 하는 추임새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두가 복 받았다는 것에 한결같은 공감의 리액션을 했다.


이런 줄거리는 구전동화처럼 자주 듣게 된다(특히 어르신들의 대화에서는) 어느 동네라도 이렇게 복을 타고난 어르신이 꼭 한 분은 계신듯하다

매주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이 있듯이 그런 죽음이 나였으면 하는 어르신의 반응은 한결같다


고통 없이 죽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절실한 갈망이다.


‘죽음’이란 단어는 꽤 무겁다

철학적이고, 추상적이고, 간단하지 않은 함의가 있다 

이 무거운 함의는 사람 때론 인간으로 살아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오롯이 담기기 때문일 것이다.


현존. (살아있다)

‘성실한 무기징역수’로 (이지안이 박동혁에게 - tvN 드라마 ‘나의 아저씨’)

‘걸어가는 사람’으로 (알베르토 자코메티)


구차하며, 비루하며, 항상 희망에 주려 하지 않으면 현존할 수 없다

그러니 우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현존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내적 갈등인가!

구차했던, 비루했던,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에 매달렸던 현존의 흔적들이 깨끗이 지워지기를 갈망한다

자기의 죽음과 동시에. 
















p.s : 같이 듣고 싶었던 것은 오디오(only)다 유튜브가 아닌